|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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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불매야 불매야 - 울산 달내철장 그리고 쇠부리 (3)
⊙ 셋. 쇠부리

쇠부리란 철성분이 다량 함유된 광물을 녹여 쇠를 뽑아내는 용광작업이다.
이 쇠를 녹여내던 장소를 쇠부리터라고 한다. 울산 달내 토철을 가지고 덩이쇠를 만들어내던 쇠부리터가 울산을 중심으로 멀리는 양산과 청도, 경주에 이르기까지 무려 120여 곳 이상이 확인되고있는데, 여기서 나온 덩이쇠는 울산의 대대리고분, 경주의 금관총을 비롯한 고대 무덤에서 수도 없이 출토되고 있다.

그러면 이 덩이쇠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달내 철장에서 나온 토철은 흙과 비슷한 상태로 파내어져 가마니에 담아졌고, 이 원자재를 지게에 지거나 소바리에 싣고 가까이 또는 몇 십리 멸리는 몇 백리를 걸어서 쇠부리가 있는 곳으로 옮긴다. 쇠부리터를 가까이 두면 좋겠지만 쇠를 녹이려면 토철보다 백배나 많은 연료가 필요한데, 한번 비교를 해 보자. 원자재 한 짐을 녹이는데, 연료인 나무가 백 짐이나 들어간다고 하면 어느 쪽을 옮기는 것이 효과적일까. 사람들은 연료가 풍부한 산골짜기를 찾아 점터를 만들고, 이곳에 수십명의 일꾼을 상주시키면서 쇠를 생산해 내었던 것이다.

쇠부리터를 일구어 내는 경영주를 전주라고 한다. 이 전주는 연료가 풍부하고, 교통이 편리하며, 주거의 조건이 괜찮은 곳을 선택하여 손 없는 날을 골라 평지작업을 하고 점터를 만든다.
이 점터에는 많은 설비가 갖추어 지는데, 자재가 될 토철을 쌓아두는 곳, 나무를 베어 숯을 만들 숯가마는 또 따로 만든다 하더라도 숯을 쌓아둘 목탄 저장소, 숯을 가마에 넣을 숯쟁이 대기소와 토철을 가마에 넣을 쇠쟁이 대기소에다 취사장까지 준비하면서 한쪽에서는 소를 뽑아낼 가마를 쌓고, 또 한쪽에서는 가마에 바람을 불어넣을 대형 풀무를 만든다.
가마는 먼저 돌과 찰흙으로 길이 20m에 2m폭의 기초를 만들고 가운데를 높이면서 경사지게 토둑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 중심부에 불에 잘 견디는 점토를 가지고 타원추형의 가마를 만드는데, 이 가마는 윗부분의 가로가 1.3m, 세로 2.3m고 아래에는 깔때기처럼 다듭는다. 그리고 뒤쪽에 풀무에서 들어오는 바람구멍을 여러 개 뚫고, 앞에는 쇳물이 녹아 나올 초롱구멍을 만들고 이 구멍은 면이 고른 불목돌로 막아둔다.
한편 풀무는 두꺼운 송판을 스물넉자 길이로 이어 붙여 만드는데, 한쪽에 네명씩 모두 여덟명이 밟도록 한다. 두터운 헝겊을 아교풀로 여러 겹 붙이고 이것을 자바라 모양으로 접어 양쪽에 설치하고, 역시 풀무에서 가마까지도 헝겊으로 굵은 관을 만들어 연결 짓는다.
물론 녹아내리는 쇳물을 받아 네모반듯한 덩이쇠를 만들 바탕 역시 내화성이 뛰어난 점토로 만드는데, 이것은 쇳물을 받을 때 금방 식지 않도록 불에 달구기 위해 이동식으로 만들어 둔다.
이런 일련의 작업이 진행될 동안 일체의 부정을 가시기 위해 잡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었고, 매 과정마다 쇳물이 잘 나와 달라고천지신명에게 기도하며 온갖 정성을 다했으니 그들의 염원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설비가 이루어질 동안 미리 선발된 작업 인부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주어지고, 사전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 일꾼들은 몇몇 기능인 이외에는 쇠부리에 전업하는 사람들이 아닌, 농사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바로 현장에서 구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구성을 보면 전체를 지휘하는 골편수가 한사람 있다. 이 골편수가 쇠부리 전체를 지휘한다. 이 골편수의 지시에 따라 쇠의 용해정도를 확인하는 불편수가 있고, 가마에 숯을 계속 공급해 주는 숯장이와 숯의 공급시기를 확인하는 걸대장, 그리고 가마에 토철을 수시로 넣어주는 쇠쟁이와 이를 감독하는 쇠대장이 있지만, 사실 쇠를 녹이는 기술은 적당한 연소공기를 주입하는 풀무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스물넉자 풀무를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밟아야하는 일은 보통 노동이 아니다. 그래서 이들 불매꾼은 선거리 후거리로 나누어 대기시키는데, 한조에 8명씩 열여섯명의 불매꾼이 교대로 작업을 한다.
이들을 지휘하고 이들에게 불매 밟는 속도를 조절해줄 불매가를 불러대는 불매대장은 고역에 지친 쇠부리터의 생동감 그 자체다.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공양주와 전주까지 작은 점터는 44명, 큰 점터는 100명이 넘는 일꾼들이 골짜기를 흔들어 놓았다.
이렇게 조직된 인력과 점터가 완성되면 골편수는 다시 한번 부리안에 들어가 골 바닥의 균열을 손질하고 아무리 높은 열을 받아도 갈라지거나 타지 않은다는 불목돌로 벽체를 마감하고, 점토로 초롱구멍 자리를 막아놓고, 겉대장은 숯쟁이들을 인솔하여 토둑 가득히 숯을 채운다.
그리고 모두들 경건한 마음으로 거창한 고사를 지내고 배불리 음복을 한 다음 첫 작업을 시작한다.
토철은 달내철장의 광산주로부터 소바리로 실어 두었겠다, 오래 전부터 울창한 삼림을 베어내고 숯도 넉넉하게 구워두었으니, 이때 불매대장이 풀무꾼을 풀무 위에 배치시키고 나면 불편수가 미리 준비해둔 불씨고 불소시게에 점화를 한다. 이렇게 하여 토둑 위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면 골편수의 '불매 올려라!'하는 신호를 받아 선거리 여덟명이 불매는 밟는데, 드디어 풀무에서 나온 강한 연소공기는 토둑 위로 이글거리는 숯불을 토해내고 불매대장의 신명나는 불매소리가 이어진다.
이렇게 힘차고도 신명나는 불매소리가 무르익으면 불편수는 쇠대장에게 '쇠 넣어라!'하고 지시를 한다. 그러면 쇠대장은 쇠쟁이들을 인솔하여 바소쿠리에 토철을 담아 토둑 안에 쏟아 붓고, 걸대장도 숯을 알맞게 공급하는데, 이때 숯과 토철이 알맞게 들어가야 하고 불매꾼들까지 일심동체가 되어야 쇳물이 많이 나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숯불과 토철의 용해과정을 지켜보며 불편수가 불매대장에게 풀무를 밟는 발놀림을 빨리하라, 늦추어라 신호를 하면 불매대장은 불매소리를 빠르게 부르거나, 느리게 불러 조절을 하곤 하였다.
이렇게 한참을 밟고 나면 토둑 위의 불길이 거세어 질 때 불편수는 손짓을 한다. 그러면 불매대장은 '불매교대!'하고 외친다. 그러면 선거리 여덟명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가누며 내려오고, 대기하고 있던 후거리 여덟명이 불매판 위로 올라가 다시 힘차게 발굴림을 하게 된다.
이렇게 풀무질을 6 ~ 7시간 계속한 뒤 드디어 골편수는 쇠망치로 가마를 에워 싼 토둑을 톡톡 두들겨 보며 쇳물이 얼마나 찻는지 가늠하여 본다. 그는 자신이 생겼는지 또 다른 작업을 지시한다.
쇳물을 받을 판장쇠틀이 식어 있으면 쇳물이 채워지기도 전에 굳어버리므로 이 틀을 뜨겁게 달구어 가지고 초롱구멍 앞에 나란히 놓는다. 그리고는 둑수리에게 자기 키보다 긴 쇠꼬챙이를 건네주고 초롱구멍을 막고 있는 점토 마개를 콱 쑤시니, 와! 금빛찬란한 쇳물이 불티를 날리며 쏟아져 나와 덩이쇠틀을 차곡차곡 채워 나가는데, 그러면 골편수와 불편수가 고무래로 쇳물 위에 떠 있는 불순물질을 걷어내고 갱엿처럼 굳어지는 덩이쇠를 다독이면 이제 다들 굳어진 얼굴을 펴고 함성을 질러 대었다.
보통 한 부리에 7 ~ 80근 나가는 덩이쇠가 잘되면 여덟 장 그렇지 않으면 다섯 장 정도에 그쳤다고 하니 그 쇠가 얼마나 귀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부리일을 하는 동안은 옆 사람을 범이 물어가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되며, 정신을 팔았다가는 대형 안전사고를 일으켰고, 더구나 작업도중 풀무의 바람구멍이 막히거나 하여 불길을 제때 일으켜주지 못하면 용해되어가던 쇳물이 굳어 가마자체를 뜯어내어야 했고, 무시로 날리는 불똥에 화상을 입지 않은 일꾼이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한판이 끝나면 짧은 해가 꼬리를 감추기 전 내일의 일을 준비해아 하는데, 둑수리는 점토로 초롱구멍을보수하고, 숯쟁이, 쇠쟁이는 주변을 정리하는 동안 전주와 골편수는 식은 판장쇠를 한지에다 곱게 싸서 창고에 쌓아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생산된 덩이쇠는 일부를 나라에 공납하고, 다시 쇠부리를 하여 솥이나 농기구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처음 토철에서 쇠를 뽑는 용광 작업을 생쇠부리라고 했고, 도구를 만들기 위해 다시 녹이는 과정을 익쇠부리라고 한다.